저는 연애 5년, 결혼 3년 차입니다.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어요. 올해 31살이 되었고, 아이도 없습니다. 연애할 때는 남편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저에게 잘해줬던 사람이었어요.
하지만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밖으로만 나돌아 다니고, 같이 밥 먹은 날보다 혼자 밥 먹은 날이 많았고, 같이 자는 날보다 혼자 자는 날이 많았어요. 월급을 한 번도 가져다준 적 없고, 모든 것이 다 비밀인 남편. 신혼 초에 바람도 피웠고, 저한테 500만 원을 빌려 가서 어디에 썼는지 말도 안 했어요. 급하다고 해서 아무 소리 없이 빌려줬는데, 자존심 상해할까 봐 먼저 얘기해주길 한참을 기다리다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더니, “갚을게, 갚는다”고만 하더군요. 그럼 저는 와이프로서 대체 뭘 알아야 할까요?
남편은 하루 종일 축구에 미쳐서 집에 오면 밤 10시, 11시였습니다. 항상 저는 기다리기만 했어요. 바보처럼 아닌 걸 알면서도 함께 해온 시간이 뭐라고,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 참고 참았어요. 3년 동안 집에 칫솔 하나, 치약 하나 다 제 돈으로 살아왔어요. 바보 같고 병신 같네요, 이렇게 글을 쓰니까. 외로웠어요. 그런데 제가 남편을 많이 사랑했나 봐요. 항상 남편에게 사랑을 갈구했어요. 그런데 이제 많이 지치네요.
남편도 싸우는 게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해요. 자기도 자기가 잘못된 걸 아는데 저랑 대화할 때마다 항상 비난받고 자기 잘못을 다시금 곱씹는 것 같아 대화하기가 힘들다며 저를 피하네요. 싫지는 않은데 사랑인지 모르겠다고 해요. 왜 이렇게 슬프죠? 진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.
며칠 전 남편이 술 먹고 울면서 말하더군요. 미안하다고, 나 외롭고 힘든 거 알았는데 그냥 내버려 뒀다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. 자기도 못난 걸 아는데 힘든 제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해요. 감정적으로 울며불며 하는 제 모습에 너무 힘들었다고요. 그런데 제가 거기서 “우린 변화가 없으면 똑같을 거다. 그만하자” 식으로 말했어요. 그랬더니 그다음 날부터 막 나가더군요. “니가 헤어지자고 한 거 아니냐, 자기가 울며 처음으로 내 진심을 말했는데 니가 계속 그만하자고 한 거 아니냐,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하냐”라고요. 제가 우니까 “니가 이혼하자면서 왜 우냐”며 태연하게 컴퓨터하면서 술 마시고 자네요.
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너무 아프죠? 이혼이 맞고 그게 제가 살 길인데, 이 사람이 예전처럼 절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마주하고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고 괴로워요. 이혼하자는 말은 제가 했지만, 사실은 내가 이혼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.
제가 가본 적 없는 길이라 너무 두려워요. 결혼한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별난리를 치며 화려하게 결혼했는데, 꼴이 이게 뭐냐고 창피하고, 제가 다시 잘 살 수 있을까, 혹시라도 이혼해서 더 힘들면 어쩌지 걱정돼요. 제가 멍청하고 미련해서 아직도 마음이 있나 봐요. 이미 우리 사이는 끝난 걸 아는데,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네요.
집은 남편이 해온 거고, 저는 제 몸이랑 가전가구만 빼면 되는데,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네요.
이혼해도 다시 잘 살 수 있겠죠? 얼마나 아플까요? 다시 일어설 수 있겠죠? 행복해지려고 이혼하는 건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? 언젠가 그 사람이 저보다 더 아프고 후회하길 바라요.
저에게 용기를 주세요…