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8년을 연애까지 포함해 같이 지냈는데, 법원에 다녀오고 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어요. 제가 하는 일은 계속 하고 있지만, 모든 걸 털어놓고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어제 한번 이야기를 나눠봤어요.
저는 자존감이 낮아서 상대방의 말이 별거 아닌데도 과민반응하며 공격받는다고 느껴 싸움이 커진다고 하더라고요. 저보고 그걸 고쳐야 한다길래, 아무리 생각해도 자존감이 낮은 건 제가 아닌 그 사람 같아서 여기 한번 여쭙습니다.
- 용돈 없고 생활비 없고 카드 잘라놓고 내 말 안 들으면 국물도 없어.
- “너 같은 거랑 안 살아, 이혼해, 도둑년, 거짓말쟁이”라고 말해요.
- “니가 정성이 부족하니까 밥상이 이런 거야. 이따위를 먹으라고 주는 거냐?”라며 음식에 대해 비난해요.
- 쉬는 날 청소기 한번 밀어달라고 부탁해도 “니가 하는 게 뭐 있어? 뭐가 힘들어? 청소는 청소기가, 빨래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다 해주잖아. 밥은 밥솥이 해주는데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”라고 말해요.
- “남자가 할 일, 여자가 할 일이 있는 거야. 남자 벌이가 부족하니 여자가 맞벌이 하는 거고, 집안일은 여자가 다 해야지. 니가 이게 불만이면 쓰레기 봉투, 종량제, 안방 청소는 내가 할게” (실제로는 3년도 안 했고, 한 달에 한번 버리고, 화장실 청소는 4번 했어요).
- 혼자 결혼식 다녀와서 “누구는 처갓집에서 차 사준대, 집 사준대, 금목걸이 몇 돈 받았대, 장인이 유명 식당 물려준다고 했대. 좋겠다”고 말해요. (시부모님 일찍 돌아가셔서 결혼 시 비슷하게 준비해서 한 결혼인데, 듣다 못해 하지 말라고 한 후 안 하긴 했어요).
- 싸울 때 폭언, 고함, 욕설, 폭력도 있었으나, 경찰에 신고해 기소됐고, 법원에서 판결 받을 때 선처 요청해서 큰 문제 없이 종료됐어요.
- “음식이 짜, 싱거워, 달아, 식었으니 데워와, 다른 반찬 없어” 등등 해서, 음식 할 때 노이로제 걸릴 정도였어요.
- 나도 맞벌이인데 주말 아침 8시에 먹고 싶다고, 늦잠 자고 10시에 일어나면 그날 난리 나요. 하도 그래서 몇 번 얘기하니 10시에 일어나는 걸로는 말 안 하는데, 짜증을 음식 메뉴나 맛으로 풀어대니 정말 힘들었어요.
-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살아보자는 내 말에 “니가 하기로 한 거잖아. 니 할 일을 왜 떠넘겨? 니가 있는데 내가 왜 해?” 등등의 말을 했어요.
- 뭐라도 대화해보고 싶어서 뉴스나 시사 얘기를 꺼내면 “나랑 상관없는 얘긴데 왜 해? 말같지도 않은 소리, 쓰잘데기 없는 소리”라며 입을 절로 닫히게 해놓고, 참다 참다 처음으로 이혼하자고 하니 “우린 대화가 없었다”고 시전하더라고요. 누나랑은 같은 관심사로 몇 시간씩 잘 떠들고, 친한 형님한테는 우리 싸운 얘기 별별 얘기 실컷 하면서, 나랑 좀 나누자고 해도 “너랑은 잘 안 된다”던 사람이에요.
제가 자존감이 낮아 별 뜻 없이 한 저런 얘기들을 꼬아 듣고 싸움을 키우는 걸까요? 다시 한번 벽을 느끼고 이혼을 결심한 내 자신을 정말 칭찬해주고 싶네요.
(평소 말투는 하대조, 짜증조, 무시조, 지적하며 가르치려 하는 스타일이에요. 제가 보기엔 빨강색인데, 자기 생각에 파란색이면 파란색이라 할 때까지 같은 말하며 사람 질리게 해요.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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